휴가철을 맞아 강릉경찰 등이 경포해변(해수욕장)에서 음주를 규제하고 주폭(酒暴), 술 쓰레기, 고성방가가 없는 ‘3무(無) 해변’을 선언한 반면, 지역의 대표 관광지인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은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
태풍이 지나간 지난 20일 오후 11시 대천해수욕장. 해변 인근의 횟집, 조개구이집 등에서 1차 술자리를 마친 20~30대 젊은이들이 돗자리를 들고 백사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술과 안주 등이 담겨있는 비닐봉지가 들려있었고 해변의 좋은 자리를 찾아 약속이라도 한 듯 돗자리를 폈다. 시간이 지나자 어느덧 해변은 100여 개의 술판이 벌어지는 거대한 술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는 고성방가가 난무했고 백사장에 아예 드러눕거나 심지어 소변을 보는 취객도 목격됐다.
일부 외국인들과 술에 취한 남성들은 마치 나이트클럽에 온 듯 처음 보는 여성의 손을 이끌며 반강제적인 합석을 제안하기도 했다. 술 먹기, 옷 벗기, 진한 스킨십 등 주변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술자리 게임은 해변에 산책 나온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해변에 순찰 나온 경찰관들이 계도에 나섰지만, 경찰의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의 도를 넘는 행동은 계속됐다.
한 무리가 술에 취해 자리를 뜨면 또 다른 무리가 술병과 안주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나타나 술판을 벌이는 등 이날 대천해변 곳곳의 술판은 새벽시간까지 이어졌다. 대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최근 대천해수욕장의 하루 안전계도 건수는 250여 건을 넘어서고 있다. 술을 먹고 시비가 붙어 싸우는 것은 예삿일. 술을 먹고 바다에 들어가려는 취객을 말리거나 해변에서 자는 취객을 깨우는 등 그 사유도 다양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특히 이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 담배꽁초, 심지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깨진 술병 등 해변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보령시에 따르면 휴가철인 7~8월 대천해수욕장에서는 하루에 적게는 7t에서 많게는 8t의 쓰레기가 수거되고 있다. 특히 쓰레기 수거에만 50여 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되고, 처리 예산만 1억 3000만 원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휴가철이 되면 취객들의 난동과 이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등으로 해수욕장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된다”며 “해변에서의 음주를 규제할 수 있는 관련법이 없고 지역 경기침체 등을 우려하는 인근 상인들 때문에 현재로서는 경포대해수욕장처럼 해변에서 음주 등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